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 종합 브리핑
Executive Summary
2025년 1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문서는 과거의 '전 세계적 지배'라는 목표를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불가능한 목표'로 규정하며 폐기하고, 오직 미국의 핵심 국익 보호에만 집중하는 거래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접근법을 천명한다.
핵심적인 변화는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 라는 개념을 전략의 중심에 둔 것이다. 보고서는 무역 불균형 해소, 재산업화, 핵심 공급망 확보, 에너지 지배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관세와 같은 경제적 수단을 국가 안보의 핵심 도구로 활용할 것을 명시한다.
지역별 우선순위는 전면적으로 재편되었다. 서반구가 최우선 순위로 격상되었으며,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을 통해 역내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재확립하고 외부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을 '가치 충돌'이 아닌 '이익 기반 경쟁'으로 재정의하고, 경제적 관계 재조정과 함께 대만 방어 및 제1도련선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반면, 유럽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GDP 5% 목표)을 강력히 요구하며, 유럽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전환'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유럽의 이민 정책과 정체성 문제를 비판하며 '애국적 정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유럽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하여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NSS에서 17차례, 바이든 행정부 NSS에서 3차례 언급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외교·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밀려났다는 우려와 함께,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외교적 유연성' 확보 차원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NSS는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미국의 역할을 '세계 질서의 수호자'에서 '국익을 위한 거래적 조정자'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동맹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미중 경쟁 심화와 방위비 증액 압박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I. 핵심 철학: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 외교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외교 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 보고서는 과거의 전략들이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주변부 분쟁"에 개입하게 하고, "미국 중산층과 산업 기반을 붕괴시킨 파괴적인 베팅"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과거 전략의 실패 진단: 보고서는 과거 미국 외교 엘리트들이 "전 세계에 대한 영구적인 미국의 지배"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오판했으며, 이는 "미국 국민이 국익과 무관하다고 보는 글로벌 부담을 영원히 짊어질 의지가 있다는 점을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 보고서는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외교 정책의 초점을 오직 미국의 핵심 국익(core national interests) 보호에만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The days of the United States propping up the entire world order like Atlas are over)"는 선언으로 요약된다.
거래주의 및 현실주의 접근: 보고서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하면서도, 불필요한 군사 개입을 최소화하는 "비개입주의 성향(Predisposition to Non-Interventionism)"을 명시한다. 또한, 다른 국가의 내정이나 체제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를 채택하여, 국익에 부합한다면 체제가 다른 국가와도 협력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주요 인용문: "다른 나라의 일은 그들의 활동이 우리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에만 우리의 관심사다." - 2025 국가안보전략(NSS)
II. 핵심 전략 기조: 경제 안보와 동맹의 재정의
이번 NSS는 경제적 힘을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며, 동맹 관계를 전통적인 가치 기반에서 상호 이익과 책임에 기반한 거래적 관계로 재정의한다.
A.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
보고서는 경제 안보를 국가 안보의 근본으로 규정하고, 미국 경제의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균형 무역 및 재산업화: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용납하지 않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관계를 추구한다. 특히 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촉진하고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한다.
핵심 공급망 및 자원 확보: 반도체, 희토류, 핵심 광물 등 국가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해 특정 국가(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고, 서반구 등 우방국 내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
에너지 지배력(Energy Dominance): 석유, 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원의 생산을 극대화하여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동맹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기후 변화'나 '넷 제로' 이데올로기를 재앙으로 규정하고 거부한다.
방위 산업 기반 재건: 저비용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저비용으로 효과적인 방어 체계를 혁신하고, 핵심 방산 공급망을 미국 내로 이전(re-shoring)하는 국가적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달러의 전략적 활용: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국가 안보의 핵심 도구"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여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유지 및 강화한다.
B. 동맹국에 대한 부담 공유 및 전환 요구
보고서는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free-riding)'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동맹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방위비 증액 요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하는 '헤이그 약속(Hague Commitment)'을 새로운 글로벌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는 기존 2% 목표에서 대폭 상향된 수치다.
부담 전환(Burden-Shifting): 미국은 동맹의 '후원자'가 아닌 '거래적 조정자(transactional 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동맹국들이 각자 속한 지역의 안보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아시아 동맹국의 역할: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집단 방위(collective defense)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중요한 것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do much more)"고 요구한다.
III. 지역별 전략 분석: 우선순위의 전면적 재편
NSS는 전통적인 외교 우선순위를 완전히 뒤집고, 미국의 지리적 인접성과 경제적 이익에 따라 지역별 전략을 재편한다.
A. 서반구: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의 선언
최우선 순위 격상: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최우선 지역으로 지정한다.
'트럼프 귀결(Trump Corollary)': 200년 전의 먼로 독트린을 재해석하여, 서반구 내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American preeminence)를 회복하고, 중국 등 역외 경쟁 세력의 군사적·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한다.
주요 목표: 대규모 불법 이주 통제, 마약 카르텔 소탕, 핵심 공급망의 역내 이전(near-shoring)을 통한 경제적 유대 강화를 목표로 한다.
B. 인도-태평양: 대중국 경제 경쟁과 군사적 억제
전략 목표: "경제적 미래에서 승리하고, 군사적 대결을 방지한다(Win the Economic Future, Prevent Military Confrontation)"는 목표를 제시한다.
대중국 인식 변화: 중국을 '가치 기반의 적'이 아닌 '이익 기반의 경쟁자'로 규정한다. 캐롤라인 코스텔로 애틀랜틱카운슬 부국장은 이를 "미중 경쟁을 인식하는 방식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대만 방어 의지: 대만을 "제2도련선으로의 직접적인 접근을 제공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하고, "대만 분쟁 억제"를 우선순위로 명시한다.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강력한 방어 의지를 천명했다.
동맹 협력: 미국(30조 달러)과 동맹국(35조 달러)의 경제력을 합쳐(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 중국의 "약탈적 경제 관행"에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C. 유럽: 문명적 자신감 회복 요구와 논란
유럽에 대한 비판적 시각: 보고서는 유럽이 이민 정책, 과도한 규제, 저출산, 국가 정체성 상실 등으로 "문명적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논란적 표현: "유럽이 유럽으로 남기를(Europe to remain European)" 원하며, "애국적인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가는 큰 낙관론의 근거"라고 기술하여 백인 민족주의 및 '거대 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럽정책센터(EPC)는 이를 "유럽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트럼프의 미국은 동맹이 아닌 적"이라고 평가했다.
NATO 확장 반대: "NATO가 영구적으로 확장하는 동맹이라는 인식을 끝내고, 현실이 되는 것을 막는다"고 명시하여, 우크라이나 등의 추가 가입에 반대하는 친러시아적 입장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에서의 적대 행위를 신속히 중단시키는 것을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면서도, 평화 협상 실패의 책임을 "비민주적인" 유럽 정부들의 "비현실적인 기대" 탓으로 돌렸다.
D. 중동 및 아프리카: 개입 축소와 패러다임 전환
전략적 중요도 하락: 미국의 에너지 자립 달성으로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했다고 평가한다.
'영원한 전쟁' 종식: 수십 년간 지속된 '국가 건설(nation-building)' 전쟁을 중단하고, 지역 파트너들에게 안보 부담을 넘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패러다임 전환: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원조(aid)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핵심 광물 개발 등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및 투자(trade and investment) 관계로 전환할 것을 제시한다.
IV. 한반도 관련 주요 쟁점: 북한의 부재와 그 의미
이번 NSS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북한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행정부 NSS 발표 연도 북한 언급 횟수
트럼프 1기 2017년 17회
바이든 2022년 3회
트럼프 2기 2025년 0회
전문가 해석
북한 문제의 누락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우려와 오판 가능성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 "이러한 누락은 한국과 일본에서 심각한 의문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북한의 오판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신뢰하기 어려운 동맹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것이다."
외교적 유연성 확보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안보석좌):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 대비해 외교적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
향후 전략에서의 구체화 가능성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NSS에 핵 비확산 관련 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발표될 국가방위전략(NDS)에서 북한을 포함한 핵 위협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공백 (트레사 그웨노브 애틀랜틱카운슬 국장): "북한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향후 3년 동안 전 세계의 관심을 끌 계획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NSS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NSS와 달리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다만, "미국 본토를 위한 골든돔(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포함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원한다고 밝혔다.
V. 주요 반응 요약
유럽의 시각 (EPC): 트럼프 행정부의 NSS가 유럽연합(EU)의 해체를 원하는 경로를 제시하며, 비자유주의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동맹이 아니라 유럽의 자유와 근본 가치에 대한 적"이라고 규정하며 최고 수준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 내 분석 (슬로우뉴스): NSS를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로드맵'으로 평가하며, "미국은 더 이상 좋은 형님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대해 "중국을 견제할 최전선에 서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방위비 부담 증가를 넘어 미국의 전진 기지 역할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비판적 여론 (Reddit): NSS의 유럽 관련 내용이 '백인 민족주의', '친러시아', '극우' 관점을 반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유럽이 유럽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표현을 "인종적 순수성(racial purity)을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으로 해석하며,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